고전 문학 리뷰

절 사랑한다면 당신이 아니라, 제 말을 따라야죠! / 타니자키 준이치로 - 치인의 사랑(미친 사랑) 리뷰

킵님 2021. 9. 27. 00:00

 

여러분, 고전 좋아하십니까?

제가 가장 좋아하는 고전은 바로 쉽게 읽히는 고전인데요, 어차피 예전 세대나, 지금이나 작품을 관통하는 중심 소재, 메시지는 대개 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보통 공허, 불안, 분노, 갈등을 다루죠. 하지만 이 소설은 달랐던 게 인상깊네요.

오늘 리뷰할 고전 소설은 바로!!

타니자키 준이치로(다니자키 준이치로) - 치인의 사랑(미친 사랑)

입니다!!

제가 읽은 번역본은 시공사 출판사에서 출판한 본 책이에요! 고전에 번역본인지라 번역본 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고전 소설 리뷰는 요약이 없는 점 참고해주세요! 대신 맨 아래에 총평이 있습니다^^

시작합니다

치인의 사랑도, 타니자키 준이치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작품과 인물이기에, 대부분 문호스트레이독스를 보고 찾아오셨을 겁니다. 어쩌면 이 포스팅을 본 여러분도 나오미 때문에 원작이 뭘까 두근두근 기대하며 오셨을지도 모릅니다만, 문호스트레이독스라는 작품 자체는 고증이 정말... 욕 나올 정도로 헤괴하게 안 되어있기 때문에 만화 보고 덕질의 연장선으로 찾아오신 분들은 본 포스팅을 피하시는 게 나을지도 몰라요...

문호스트레이독스는 자신의 작품을 이능력이라는 것으로 발휘하는 설정이지만, 그렇게 따지자면 나오미가 이능력이었을테니까요? 이 전제부터가 스스로의 세계관을 캐붕내고 있음...

 

당장 이 표지도... 소설 내용을 알고 나면 굉장히 웃길겁니다ㅋㅋ 뭘 심각한 표정하는 거야ㅋㅋㅋ

 

일단 고전을 보기 전에, 작가부터 살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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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실제 타니자키 준이치로 작가입니다. 갑작스럽죠? 사진은 별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건 일본의 시대입니다. 메이지 ~ 쇼와

일본은 천황이라는, 왕보다도 높은 직급이 있는데요, 천황이 바뀔 때마다 천황의 이름을 딴 시대명을 짓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자면 문재인 정권이라고 말하는 그 즈음입니다.

타니자키 준이치로 작가는 자살해 죽은 다른 고전 작가들과는 달리, 굉장히 오래 삶을 살았는데요(79년을 살았음 / 자살한 작가들은 주로 40대 전후에 죽음), 덕분에 살아온 시대가 굉장히 깁니다. 메이지 시대부터, 쇼와 시대까지 정통으로 살았기 때문이죠!

그렇기에 작품에서 시대상이 극명하게 드러나지 않지만,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특이한 점은 소설에 자신의 성벽(페티시즘)을 담았다는 것입니다. 결혼하고 살던 아내에게 지루함을 느끼던 와중, 다이쇼 시대에 어리고 지배적인 성향(새디스트)을 지닌 여자아이에게 빠지면서 여러가지 일에 휘말리게 되지만, 결론적으로는 전부 일이 잘 풀려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하는, 몇 없는 그나마 평탄한 삶을 살았습니다.

치인의 사랑은 위와 같은 스캔들을 거치며 다이쇼 말기에 출판되었으므로, 영향을 받았습니다.

 

어쨌든, 위와 같은 사연으로 인해 타니자키 준이치로 자신의 성벽을 고스란히 담았다고 볼 수 있는 치인의 사랑은 불행, 절망보다는, 충동과 욕망에 몸을 맡기는 무책임한 쾌락을 다룹니다. 특이하죠?

일단 얼렁뚱땅 리뷰하기 전에 이 말씀 드리고싶습니다

이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이며, 제 의견만 듬뿍 담고 있습니다

무엇이던지 리뷰를 볼 거라면 하나만 보지 마시고, 다른 리뷰도 찬찬히 살펴가면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이걸 살지 말지 이걸 할지 말지를 정해보세요!

작가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작품 소개를 해볼까요? 이 포스팅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내용 축약을 심하게 해놓았으니(왜곡 가능성 있음), 자세한 내용은 책을 봐주세요.

특히, 치인의 사랑은 내용이 많이 퍼져있지 않기 때문에 제가 포스팅한 내용을 점검할 수 없습니다.

치인의 사랑(미친 사랑)

나이 든 남성, '조지'는 어느 날 우연히 들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서구의 향수가 느껴지는 '나오미'라는 젊은 여성을 만납니다. 많이 활달하고, 산만한, 품격이라곤 하나도 없는 아가씨이지만 조지는 그것에 매력을 느끼며, '아직 어리니까 내가 잘 다듬으면 어여쁜 신부가 되겠구나!'하고 나오미를 설득해 막대한 자금을 들여, 결혼을 전제로 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그런데, 아무리 돈을 쏟고, 설득을 해도, 나오미는 품격이라곤 없이 어디론가로 훌쩍 집을 떠나 놀러다니거나, 돈을 마음대로 쓰거나 합니다. 조지는 그를 따끔하게 혼내고 싶었지만, 오히려 나오미가 이 정도의 자유도 주지 않을 거라면 집을 나가겠다며, 적반하장의 태도를 취합니다. 조지는 그에 벌벌 기게 되고, 이 때부터 둘의 서열이 역전됩니다.

조지는 걷잡을 수 없이 멀어져만 가는 나오미를 붙잡기 위해, 놀러 나갈 때엔 자신도 함께 가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나오미는 한 가지 조건을 겁니다. '밖에서는 당신을 오라버니라고 부를 거에요. 그러니 친오빠 행세를 해주세요. 제가 누구와 얽히던 상관하지 마세요. 이 조건을 지키지 않으신다면, 다시는 함께 놀러 나가지 않겠어요.' 조지는 반항할 수 없이 그 조건을 승낙합니다.

조건을 들어주기 시작하자, 나오미는 집에서 조지와의 애착이 형성된 양, 예전보다 오래 애정을 표합니다(조지는 발 페티시가 있어서, 나오미가 포상으로 맨발을 보여줍니다). 조지는 내면의 욕망이 끓어오르는 것을 느낍니다.

외출은 점점 잦아지고, 돈은 점점 없어집니다. 나오미는 여전히 반항적이고, 애정행각은 가학적으로 진화합니다. 이제는 발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조지의 입에 수건을 물려 손잡이를 만든 다음, 나오미가 그 위에 올라타 목마 놀이를 하기에 이릅니다.

돈을 전부 써버릴 위기에 처했지만, 나오미는 아랑곳 않습니다. 조지는 결국 가족의 유산까지 전부 나오미에게 투자하기로 합니다.

경제적 압박, 사회적 시선 문제도 언급된 바 있지만, 본 작품의 결정적인 중심 요소는 앞서 말씀드린 대로 충동과 욕망에 몸을 맡기는 무책임한 쾌락입니다. 당시에는 되게 독특한 작품으로 노벨문학상 후보까지 올랐습니다.

 

나오미라는 여성 캐릭터가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고 느끼실 수 있는데요, 그냥 겁나 대드는 여자 아니야? 하실 수도 있겠지만, 일본 사회는 여성에게 호락호락하지 않습니다. 지금도 여자어 남자어 나뉘어있는 일본은, 다이쇼 시대에 나오미 같은 인물이 거의 없었습니다. 항상 공손하고 예의바르며, 자신의 주장을 세울 줄 모르되 지조있고 정조관념이 있어야 했던, 정말 말 그대로 구시대적인 여성상이 만연했었는데요, 당시에는 이제 막 서구(서양)의 문물이 수입되어 일본에 퍼지기 시작했고, 이에 낯설다는 인식도 가지고 있었으니 서구의 향수를 내뿜는 진보적이고 상대를 복종시키는 강압적인 나오미라는 캐릭터는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왔습니다. 소설이 출판되었던 1925년 부터는 나오미처럼 서구의 것을 걸치고, 반항적으로 행동하는 '나오미즘'이 성행할 정도였어요!

 

작가 본인이 비교적 순탄한 삶을 살아서 그런가, 경제적 압박에 대한 자세한 묘사도 없을 뿐더러, 어렸을 적 부터 필력을 인정받았기에 지위에 대한 압박도 없어서 그런가, 사회적 시선에 대한 묘사도 거의 없습니다. 오로지 페티시즘으로 점철된 마조히즘의 결정체! 좋은 의미던, 나쁜 의미던, 여러모로 독보적입니다...

 

개인적으로 문체는 정말 읽기 쉽다!! 까진 아니었고(이것도 인간실격과 같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진행됩니다), 와, 읽히네! 정도 였어요! 한 번 읽고 이해하기에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평가

 

타니자키 준이치로의 다른 글은 한국에서 접하기 힘듭니다. 저도 읽어보지 못해서, 작가 고유의 ~~~는 말씀해드리기 어렵지만, 이 소설만으로 따져보자면 성벽이 다른 작가에 비해 대단히 특이해서(;;) 꽤 재미있게 읽을 수 있어요! 와... 대담하네; 하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

총평

읽기 좋은 정도

★★★★☆

작품성

★★★☆☆

개인적인 평점

★★★☆☆

개인적으로 읽기도 쉬웠고, 다른 고전에 비해 색다른 주제로 접근해서 수 많은 고전 속 대단히 도발적인 글이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다만, 고전을 많이 읽어보지 않으셨다면 이게 뭐가 도발적이야? 할 수 있을 정도로, 파격적인 면이 크진 않았기에 첫 고전으로는 애매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예비 독자 여러분! 치인의 사랑과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해당 작품은 작가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없으나, 번역에는 저작권이 존재합니다. 부디 소설을 비롯한 여타 창작물을 불법으로 즐기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모르는 사이 문화가 쇠퇴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