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고전 좋아하십니까?
고전을 어느 정도 읽어보셨다면 아시겠지만, '고전 명작'이라 일컫는 것들은 죄다 막장인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사실 막장이죠.
오늘 제가 들고 온 작품은 에드거 앨런 포의 단편인데요, 추리 소설의 아버지라고 불리우지만, 사실 그가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한 것은 꽤 후의 일이고 그 전까지는 시와 소설을 썼습니다. 공통점은, 하나같이 무언가에 강박해 있다는 것이고, 강박해 있기에 전개가 굉장한 막장으로 치닫습니다!
절로 물음표를 띄우게 되지만, 보는 내내 심심하진 않으실 겁니다.
오늘 리뷰할 고전 소설은 바로!!

애드거 앨런 포(에드가 앨런 포우) - 리지아
입니다!!
제가 읽은 번역본은 유페이퍼 출판사에서 출판한 본 책과, 코너스톤 출판사에서 출판한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2 : 공포편을 교차해서 읽었어요! 민음사에서 출판한 에드거 앨런 포 단편선도 참고해서 읽었습니다.
고전에 번역본인지라 번역본 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이번에는 한 책을 고스란히 읽지 못한 점 죄송합니다! 도서관에서 읽는데, 재대출 하려던 찰나 이런 마이너한 고전을 누가 예약했더라구요;;
고전 소설 리뷰는 요약이 없는 점 참고해주세요! 대신 맨 아래에 총평이 있습니다^^

시작합니다
일단 고전을 보기 전에, 작가부터 살펴볼까요?

이게 실제 에드거 앨런 포 작가입니다. 위에서도 보셨죠? 사진은 별 상관 없습니다. 중요한 건 포의 생애입니다.
포는 어렸을 적 부모님을 모두 여의고 엄격한 양아버지 밑에서 자랐는데요, 약혼자도 생기고, 대학에도 입학합니다. 거기까진 좋았는데, 포가 유흥에 손을 대면서 인생이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도박과 술에 찌든 것을 들키자 퇴학당하고, 약혼자는 포가 아닌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양아버지는 엄격한 사람이었기에 금전적인 지원을 유복하게 받을 수 없어 생활고에 시달리다가 군대에 들어가게 되는데, 형이 요절하게 되면서 다시금 술에 손을 대고, 결국 군대도 불명예 전역합니다. 그 후 부터 친척의 집에 얹혀살면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합니다.
그 후 어린 친척과 결혼하고(이 당시에는 친척과 결혼이 괜찮았다고 합니다), 여전한 생활고 속에 작품을 집필하다가 문학잡지에 작품을 연재하면서 어느 정도 형편이 나아집니다. 그리고 몇 년 뒤에 잡지가 폐간되면서 건강이 악화되고, 아내가 죽고, 시름시름 앓다가 포도 명을 다합니다. 어떻게 죽었는지는 자세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요약하자면, 인생 휘청휘청한 롤러코스터를 타다가 술 도박 때문에 몇 번 추락하기도 하다가 의문이 있는 죽음을 했습니다.
어쨌든, 리지아의 집필 년도는 이 비극의 중간, 그러니까 친척 집에 얹혀살면서 본격적인 작가 생활을 시작할 때에 나왔으니, 사랑하는 아내의 사별을 다룬 이 작품에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내의 사별이 아니라 희극과 비극을 오가는 자신의 생애, 그리고 유흥 중독에서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포도 정말 자기가 후에 사별하게 될 줄 몰랐겠죠... 전체적으로 불쌍합니다.

일단 얼렁뚱땅 리뷰하기 전에 이 말씀 드리고싶습니다
이 리뷰는 지극히 개인적인 리뷰이며, 제 의견만 듬뿍 담고 있습니다
무엇이던지 리뷰를 볼 거라면 하나만 보지 마시고, 다른 리뷰도 찬찬히 살펴가면서 자신의 견해를 정리해 이걸 살지 말지 이걸 할지 말지를 정해보세요!
작가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작품 소개를 해볼까요? 이 포스팅에서는 가독성을 위해 내용 축약을 심하게 해놓았으니(왜곡 가능성 있음), 자세한 내용은 책을 봐주세요.
특히, 리지아는 번역본 마다 세부적인 묘사 같은 게 천차만별이라서 제가 다르게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리지아
주인공은 학문을 연구하던 도중 리지아를 만나고, 친구에서 연인으로 발전해 결혼까지 했습니다. 까마귀처럼 검은 머리와 검은 눈을 지닌 리지아는 주인공의 눈에 정말 더 할 나위 없이 사랑스러운 여성이었는데, 이렇게 온 마음을 쏟은 주인공조차도 풀지 못 한 리지아의 비밀이 있었습니다. (리지아의 눈 속에는 간혹 실체를 짐작할 수 없는 어떤 낯설음이 아른거려 그것을 계속 관찰하기도 했지만 정체를 알아내지 못했습니다.)
리지아와의 결혼 생활은 학문에 대한 지식을 나누어 가지기도 하고, 애정을 나누기도 하며 이어졌는데, 어느 날 리지아가 병이 들어 앓아눕기 시작합니다.
리지아는 삶에 대한 열망이 컸으나 끝끝내 죽음을 이겨내지는 못했고, 죽기 직전에 주인공에게 사랑하는 마음을 토로하고, 운명을 증오하는 시를 쓴 뒤, "나약한 의지가 사그라지지 않는 한, 인간은 천사에게 굴복하지 않으며, 죽음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라는 의미심장한 유언을 남기며 죽었습니다.
리지아의 유산을 받아 부유해진 주인공은 리지아에의 상실감에 사무치다가 수도원을 사들여 수리한 뒤, 로위나라는 새 아내를 들입니다.
그러나 결혼 한 지 두 달 만에 로위나는 열병을 앓게 되고, 로위나는 환청과 환각을 주인공에게 토로하지만 주인공은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며 넘어갑니다.
로위나가 죽기 직전, 주인공은 로위나가 말한 그 환각을 자신도 보게 되고, 수도원에 유령이 산다고 생각합니다. 유령은 로위나가 마시는 와인 잔에 수상한 액체를 탔고, 머지 않아 로위나가 죽게 됩니다.
리지아의 다음이라고 해도 죽음은 늘 암울했고, 주인공이 로위나의 관 옆에서 리지아 때의 악몽을 되살릴 때 마다, 어째서인지 시체가 움직입니다.
믿을 수 없는 현상! 시체는 부활과 죽음을 밤새 반복하고, 그럴 때 마다 더욱 역한 미라 모습으로 변합니다. 주인공은 공포에 질린 체 그것을 지켜보다가, 밤이 끝날 무렵 다시 부활한 시체가 이번에는 제대로 기립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
분명 시체는 금발의 푸른 눈인 로위나의 것인데... 검은 머리카락을 보고 선명하게 드는 기시감에 주인공은 계속해서 자신에 대한 불신을 키우다가, 눈을 보고서야 리지아가 부활했음을 확신합니다.
리지아가 살아있을 적에는 그런 묘사가 없는데, 리지아가 죽은 뒤에 주인공이 로위나의 말과 같은 현상을 느꼈음에도 아편 탓으로 돌립니다. 여기에서 유흥에 중독되었던 포의 생애가 아주 잠깐 느껴집니다!
다만 이것도 완전 작가가 투영되어 보이지는 않아서, 기존에 리뷰하던 일본 작가와는 달리 포의 소설은 포가 잘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포의 소설은 엽기적이고 황당한 면이 있습니다. 리지아는 단편선 중에서도 기괴함이 적고, 난해함은 많았던 것 같아요. 대표적으로, 포가 쓴 소설 중 가장 유명하다고 할 수 있는 '검은 고양이'는 기괴함은 끝판왕이지만 난해함은 확실히 적습니다.
너무 난해해서 해석할 것도 없지만... 어떻게든 제 개인적인 시점에서 해석해 보자면, 리지아의 눈 안에 있던 것은 주인공이 유령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이고, 주인공이 리지아에 대해 생각할 때 마다 유령은 점점 활개를 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주인공은 로위나와 결혼한 뒤에도 리지아를 끊임없이 그리워하고, 유령은 급기야 로위나의 와인 잔에 독을 타 로위나를 죽이기에 이릅니다.
로위나의 숨이 멎은 뒤에도 주인공은 리지아를 생각하고, 유령은 로위나의 몸으로 파고들어 부활하지만, 주인공이 로위나의 안위를 걱정할 때 마다 그 상태를 유지할 수 없어 다시금 죽어갑니다. 그 상태가 계속되고, 주인공이 더 이상 로위나의 안위 보다는 상황에 대한 공포, 리지아의 악몽을 끊임없이 떠올립니다.
유령은 로위나의 시체를 점차 금색 머리에서 검은 머리로, 파란 눈에서 검은 눈으로, 작은 키에서 큰 키로 변형하기 시작하고, 결국 주인공에게 리지아가 되어 돌아갑니다.
이 작품에서 그리는 것은 무엇일까요? 저는 아주아주 개인적인 주관으로 초월적인 사랑을 다뤘다고 생각합니다.
리지아가 죽어서도, 로위나를 맞이하고도, 로위나가 죽고 리지아로 변하고 나서도 주인공은 여전히 리지아를 사랑합니다. 마음 속으로 부활한 시체가 리지아였으면 하는 마음을 부정하다가 눈을 마주하고서야 리지아임을 확신하고 환호합니다.
리지아도 죽기 직전까지 혼자 남을 주인공을 위해 열의를 품던 연구를 그만두고 주인공에게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죽은 뒤에도 주인공이 로위나를 생각할 때 마다 유령이 되어 나타나 로위나를 죽이고 자신이 그 몸을 차지하기에 이릅니다.
"나약한 의지가 사그라지지 않는 한, 인간은 천사에게 굴복하지 않으며, 죽음에도 굴복하지 않는다."
포는 리지아의 첫 문단에 삽입된 시의 일부이자, 리지아의 유언인데요, 작품의 이야기는 전부 이해할 수 없으나 사랑이 사그라지지 않는 한, 로위나에게 굴복하지 않고 죽음에도 굴복하지 않은 리지아의 초월적인 사랑이 포가 다루고 싶었던 주제라는 건 알 수 있겠습니다.
포의 소설을 보다보면 기존에 리뷰했었던 일본 문학에서 다룬 여성에 대한 것이 굉장히 쇠퇴적으로 느껴집니다. 이야기는 별반 다르지 않은데, 묘사에서 확연하게 주인공 위주로 묘사하는 인간실격 / 조연 위주로 묘사하는 리지아 로 차이가 납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 1인칭 시점이라서, 이미 주인공은 설명이 충분하기에 조연을 묘사하는 게 더 작품이 풍성해집니다.
개인적으로 문체는 읽기 굉장히 쉬웠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잘 알 수 있던 작품이지만 워낙 내용이 난해해서; 찝찝한 소설을 좋아하지 않으시는 분께는 추천하지 못하겠습니다! 다음에는 고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편하고 몰입되는! 다른 에드가 앨런 포 소설을 들고 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평가
초심자도 읽을 수 있는 쉬운 문체! 자극적인 이야기! 하지만 찝찝하고 어딘가 이해되지 않는 그 줄거리들은 어떻게 보면 작품성이고, 어떻게 보면 진입장벽입니다.
총평
읽기 좋은 정도
★★★★★/2☆/2(4.5)
작품성
★★★★☆
개인적인 평점
★★★★☆
에드가 앨런 포! 직접 읽어보시면 강박을 표현하는 문체가 독보적입니다. 한 번 책을 펼치면 저도 모르게 흥분해서 눈이 쉴 세 없이 굴러가는 데다가, 단편인데도 기승전결까지 훌륭한 점이 좋아 고전 작가 중 제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작가입니다. 단편선 말고 다른 소설도 아주 재미있으니 추천드려요! 잔인한 것이 단점이지만!
그럼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예비 독자 여러분! 리지아와 함께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를 바라고 있겠습니다.

해당 작품은 작가 사후 70년이 지나 저작권이 없으나, 번역에는 저작권이 존재합니다. 부디 소설을 비롯한 여타 창작물을 불법으로 즐기지 말아주세요. 당신이 모르는 사이 문화가 쇠퇴합니다.
오늘의 추천 포스팅
광적인 사랑을 다룬 고전 소설을 찾고 있다면?
https://keepforreview.tistory.com/75?category=890138

비극적인 사랑을 다룬 고전 소설을 찾고 있다면?
https://keepforreview.tistory.com/74?category=890138

초월적인 사랑을 다룬 고전 소설을 찾고 있다면?
https://keepforreview.tistory.com/73?category=890138

'고전 문학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절 사랑한다면 당신이 아니라, 제 말을 따라야죠! / 타니자키 준이치로 - 치인의 사랑(미친 사랑) 리뷰 (0) | 2021.09.27 |
---|---|
삶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으스러진 인간 / 다자이 오사무 - 인간 실격 리뷰 (0) | 2021.09.20 |
라쇼몽 효과는 무언가 잘못되었다 / 아쿠타가와 류노스케 - 나생문 리뷰 (0) | 2021.09.13 |